해남군민 생존권 위협하는 ‘남송천 정비사업’

  • 남송천과 인접한 곳에 전답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해남군은 지주들 몰래 남송천 정비사업에 포함될 토지의 지적도와 토지대장을 분할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남도는 2곳의 감정평가기관에 수용될 토지의 감정평가를 의뢰했으며 사업을 시행할 업체도 이미 선정해 놓았다. 법적으로 사유재산이 보호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깜깜이 행정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실, 해남 남송천 상류 정비사업은 상식을 가진 누가 보더라도 토목공사에 의한 토목공사를 위한 'MB정권의 4대강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전남도와 해남군은 ‘홍수예방과 주민안전’을 남송천 정비사업 목적으로 내 걸고 있지만, 기실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남송천은 담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 연동저수지 한 곳만을 수원지로 두고 있어 항상 물이 부족한 하천이다. 그래서 하천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들은 농번기에는 하천의 물과 관정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으며, 갈수기에는 대부분 관정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해남군은 항상 물이 부족한 남송천 상류에 폭 30여 미터가 넘는 하천을 개수하겠다고 한다. 해남군의 이 같은 행위는 하천정비를 구실로 토목공사를 위해 주민들의 토지를 넘보는 행위일 뿐, 홍수예방이나 주민편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수 십 년에 한번 쯤 경험하는 홍수나,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사업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남송천이 범람할 정도로 해남에 홍수가 난다면 그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남송천 주변에는 인가가 없어 그 피해는 남송천 인근에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는 것으로 그친다. 그렇지만, 금강산 계곡을 끼고 있고, 상대적으로 담수량이 많은 금강곡저수지를 수원지로 하는 해남천이 범람하면 해남읍 주민들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는 남송천 피해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런데 해남천의 폭은 개수되는 남송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비교의 결과는 해남군이 홍수로부터 해남읍민들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거나, 아니면 남송천 공사가 부풀려졌다는 얘기가 된다.

    공사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하는 전남도 담당자의 설명이 있었다. 담당자는 “태화강 홍수 이후 하천설계에 대한 국토부의 설계기준이 강화됐다“며 ”국토부의 승인을 통과하려면 국토부의 설계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하천정비 사업을 하려면 국토부의 승인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현지 사정은 고려하기 보다는 과하더라도 국토부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전남도 담당자는 “해남군이 이전에 남송천 정비사업은 시행하려다 예산이 없어 포기한 것을 이번에 다시 추진화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주민들은 “남송리 앞에 있는 작은 하천을 정비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남송천 정비사업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공사가 끝난 구간을 살펴보면 담당자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기는 하나 남송천 정비사업이 예정되어 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

    사업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전남도와 해남군의 태도가 다르다. 전남도는 공사 중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고, 해남군은 주민들을 설득하겠지만 안 되면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주장이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해남군이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과 공사 강행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MB의 4대강 사업‘은 욕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천정비사업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다. 물론 그 사업이 누가 봐도 타당한 사업이라면 당연히 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타당성 없는 사업에 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다. 특히 누구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송천 정비사업은 더더욱 그렇다.

    전남도와 해남군은 물 없는 하천 넓혀서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지 말고 농민들이 물 걱정 하지 않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원을 확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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