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3,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조연설

  • 이 해 찬 (민주통합당 당대표)
     
    존경하는 Steve Herman 회장님!
    그리고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원 여러분과 내외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민주당 대표 이해찬입니다.
    오늘 저는 ‘2012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과 대선전망’이라는 주제로 여러분과 말씀을 나누게 되어 대단히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 계신 외신기자클럽 회원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유례가 없는 성공신화를 써왔습니다. 특히 경제적 성공과 번영뿐만 아니라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이 조화를 이룬 한국사회의 성장과 발전은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미래의 희망을 전해주었다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1996년 OECD 가입 이후 1997년 국가의 근본을 뒤흔든 외환위기의 충격은 대한민국 성공신화에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습니다.
     
    비록 사상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로 신속한 정책대응을 펼치고 전세계가 놀란 금모으기 운동과 자발적 구조조정 등 5천만 국민의 눈물과 헌신으로 위기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변화된 사회•경제구조는 양지와 음지의 구별을 뚜렷하게 남겼습니다. 우리는 이 현상을 사회 양극화(social polarization)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재벌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등 개인과 사회의 영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우리가 처한 위기의 실체입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는 방안이 바로 지금의 시대정신이며 앞으로 한 세대, 약 20~30년 동안 우리 사회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저희 민주당은 지난 해 12월, 헌정사상 최초로 민주정치세력인 민주당과 시민사회, 노동계가 힘을 합쳐 만든 민주진보세력의 구심점입니다. 특히 수권능력을 갖춘 제1야당이 노동계와 직접 손을 잡은 일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사회 양극화 현상을 바로 잡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난 4•11총선에서 ‘경제민주화’, ‘보편적복지’, ‘한반도평화’라는 세 가지의 국가 미래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들 세 가지 비전은 최종적으로 민생(民生), 즉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안정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2012년의 시대정신은 결국 민생을 살리는 것이고 이는 민주•복지•평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도전 : 경제민주화의 완성]
    이 세 가지 국가비전 중에서 첫 번째 과제는 경제민주화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 불공정, 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을 경제민주화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를 한 마디로 정리해야 한다면 ‘서민과 중산층도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안정된 고용정책을 펴서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재화와 부(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분배와 복지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당의 ‘경제민주화’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경제민주화는 소수 재벌(기업집단)과 특권층에게 부가 집중되는 경제구조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재벌의 내부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출자총액제도를 다시 도입해서 공정한 시장경제의 풍토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고 HRD에 대한 국가의 기본 투자를 확대하여 중소기업도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경제정의가 실현될 때, 국민 누구나 안정된 일터에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 시대에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것은 현재의 재벌특권경제는 더 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을 만큼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의 궁극적 목적은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두 번째 도전 : 보편적 복지국가의 건설]
    경제민주화가 사회정의의 확립과 깊은 관계가 있다면 보편적 복지국가 시대를 여는 것은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사회는 5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한민족에게 공동체의 기본은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기본 단위였던 가족이 급속한 산업화와 기능분화로 전통적인 역할을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사회는 국민 개인의 삶을 책임지는 공동체의 근간이 가족과 혈연중심에서 사회와 국가로 이원화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의 역할 변화까 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과 많은 OECD국가들이 걸었던 것처럼 복지국가의 길은 저마다가 처한 환경과 국민적 합의, 시대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따릅니다. 대한민국도 재벌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구조, 복지정책에 대한 경험과 합의의 부족,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문제 등이 앞으로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가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다만 저는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사회에는 약 3%의 기초생활수급자층이 있습니다. 이들은 교육, 주거, 의료 등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의 약 9%에 해당하는 ‘차상위계층’은 이러한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의 약 20%에 달하는 비정규직 계층의 국민들은 양극화의 파괴적 영향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들 약 32%의 국민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판단합니다. 그 다음이 보편적 복지의 대강(大綱)을 바로 세우고 현실 여건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을 종합해내는 것입니다.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은 1인당 GDP가 지금 우리와 비슷한 2만불이던 1990년에 이미 보편적 복지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독일 국민들은 가계수입의 60%는 직장에서 받는 임금으로 벌어들이지만 나머지 40%는 의료비, 실업수당, 장애수당, 노후연금 등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보편적 복지정책을 통해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래야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경제민주화와 보편적복지의 두 가지 전략은 사회의 이동성(移動性, social mobility)을 높이고 각자의 노력과 헌신에 따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도전 :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공동번영]
    다음에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가는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현실적 장벽인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민족에게 평화는 매우 각별한 단어입니다. 일본의 불법적인 강제병합과 식민통치, 동족상잔의 전쟁과 냉전의 최전선을 경험한 우리에게 평화는 너무나 소중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 냉전이 끝나고 20여년이 흐른 오늘에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아직도 미래의 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국인들은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비록 군사정권의 후예였지만 노태우 정부는 냉전의 해체기를 맞이하여 러시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경직된 남북관계를 남겨놓기는 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진심으로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는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 교류를 위한 중대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故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민족의 공동번영과 화해협력의 약속을 담은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故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10•4선언’을 발표하여 남북 경제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이 모든 성과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의 ‘냉전의식’에 사로잡혀 이미 끝나버린 ‘남북대결’의 구도에 빠져버렸습니다. 남북간에는 상호비방과 위협을 넘어 군사적 충돌까지 발생하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부는 유일하게 한반도 평화를 발전시키지 못한 무능한 정부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와 다시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 현안인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에 안정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해법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빨리 매듭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핵 이후의 북한’을 생각한다면 평화체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되면 동북아 각국이 제도적 차원에서 합의한 평화체제야 말로 스스로를 지켜줄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안정을 느껴야 남북대화? ?협력도 과거의 성과를 넘어 ‘남북공동체’ 건설을 위한 진정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평화는 경제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입니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방비는 282억불로 GDP 대비 2.7%에 달합니다. 물론 미국의 4.8%(6,895억불) 보다는 낮지만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OECD국가들인 독일의 1.4%(434억불), 프랑스의 2.3%(582억불), 일본의 1%(545억불)에 비해 훨씬 큰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면 우리 국방예산에서 최소한 50억불 이상의 재원을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에 당장 투입할 수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까지 평화구조가 수립된다면 국방비는 현재의 절반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북한 역시 과도한 군사비의 부담에서 해방되어 그 재원을 국가경제 재건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평화가 바로 경제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대한민국은 세 가지의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큰 도전에 직면하여 저는 오히려 새로운 희망과 기회를 생각합니다. 일찍이 토인비가 현명하게 지적했듯이 인간의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의 기록이며, 또 인간은 그 응전을 거쳐 역사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인간은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어내고, 단순히 위기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새로운 시대의 자양분으로 삼곤 했습니? ?/SPAN>.
     
    다시 말씀드리지만 경제민주화, 보편적복지, 한반도평화의 세 가지 비전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입니다.
     
    [2012년 대선전망 :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향한 응집력이 결정]
    이제 마지막으로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는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에 6번 당선되어 20년이 넘는 세월을 현실정치에 몸담아 왔습니다. 그동안 2번의 대통령선거와 2번의 서울시장 선거를 직접 치루어 낸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결국 대선은 민주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1:1의 경쟁구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객관적 여건을 고려하면 민주진보진영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보수진영의 주력인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는 특정 개인의 추대식 형태로 결정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그분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규정하고 아버지의 후광이 “대중적 인기의 원천”이자 “제약요인”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불행하게도 자신만의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선조가 남긴 공과(功過)의 그늘에서 성장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보다는 성장제일주의와 재벌특혜, 획일화, 중앙집권, 반공, 충성과 보은 등 인식과 정책 모두가 과거의 유산 속에서 맴돌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새누리당은 사당화(私黨化)의 징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통에 대한 요구는 칙령(勅令)과 같은 후보의 말 한마디에 무력해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표가 될 만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나서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허황된 ‘747구호’의 밑바탕이 되었던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운다는 ’줄푸세’ 공약을 갑작스레 벗어던지고 ‘경제민주화’라는 새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있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몸만 거북할 뿐입니다.
     
    반면에 우리 민주당이 중심이 된 민주진보진영은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 국민감동의 대선후보 선출드라마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후보들의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공약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공정하고 역동적인 후보경선을 치러낼 것입니다. 민주당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를 희망하는 20대, 30대, 40대 국민들의 참여율을 높일 계획입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은 60% 후반에서 70%가 됩니다. 우리 국민 중 유권자가 4천 20만명 정도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1,300만표 이상을 응집시키는 정치세력이 결국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낼 것입니다. 단순히 정치세력간의 협상결과로서의 ‘단일화’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통합하고 지지자들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민주진보진영 후보의 당선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할 때, 민주당은 1997년, 2002년에 이은 세 번째 민주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Steve Herman 회장님과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원 여러분!
    민주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지키는 일을 정치활동의 근간으로 삼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민주당은 오직 민생문제 하나만 생각할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2013년체제, 민주•복지•평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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