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의 마법사, 해남 세운전자 윤행현, 윤수현씨

  •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점검하러 다니는 동생 윤수현씨>


    조그마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패셔널

    장대비가 쏟아지고 뇌성벽력이 치던 지난 11일, 우의를 입은 채 ‘공재윤두서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행사장을 가로질러 전기함을 향해 달려가는 윤수현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사 도중 음향시스템의 전원이 모두 나갔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뇌성벽력으로 인해 누전 차단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음향장비의 전원이 나간 것이었다.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는 상황이라 다시 가정용 전기를 쓸 수 없었다. 계속해서 차단기가 떨어졌다. 결국 윤씨가 미리 준비해 온 발전기를 돌려서 음향시스템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었다.


    행사장은 5시간 동안 퍼 부은 비로 인해 물바다가 되었다. 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접이식 텐트는 맥없이 주저앉아 흉물스럽게 관중석과 행사장 사이를 가로막았다. 행사장에 설치한 6개의 모니터 스피커는 비에 흠뻑 젖어 물이 줄줄 흐리고 있었으며 행사장 양쪽에 세워 놓은 메인 스피커도 비에 젖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뇌성벽력으로 전기가 차단된 사건을 제외하면 행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끝날 때까지 음향시스템은 아무런 문제없이 가동되었다. 이정도의 상황이라면 다른 군소업체는 행사 진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세운전자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음향 콘솔을 조정하는 형 윤행현씨>


    실력도 경력도 최고

    윤수현씨는 “사람만 빼놓고 수리 못할 것이 없다”라고 공언할 정도로 전기, 전자, 음향 분야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윤씨는 음향기기 분야에서 iso인증을 두 개나 획득해 광주시청, 5ㆍ18 기념회관, 올림픽체육관의 음향ㆍ조명 공사를 직접 시공했다. 또 몇 해 전에는 윤씨가 객원 기술이사로 근무하는 업체가 ‘남원 춘향제’의 행사를 맡게 됐는데, 음향 장비를 설치하던 직원들의 실수로 장비를 태워먹은 일이 발생했다.  이 사실을 통보 받은 윤씨는 곧장 남원으로 달려가 밤을 세워가며 장비를 수리해, 그 다음 날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윤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해남보다 광주나 서울 등 도시지역에서 더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광주의 이벤트업체 대부분은 윤씨 형제가 운영하는 세운전자에서 고장 난 기계를 손보고 있으며 서울의 영화사가 해남 지역에 촬영을 올 경우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좋은 음향 시설을 필요로 하는 관광버스 기사들도 세운전자를 찾고 있다.
     
    윤씨는 자신이 공언한대로 수리하거나 시공할 수 있는 품목도 다양한데 외국에서 수입한 수십억 원짜리 공장용 기계, 방송용 음향콘솔, 신디사이저, 카스테리오, 전기기타, 방송용 카메라 등 전기ㆍ전자로 구성된 거의 모든 제품들이 윤씨의 손에서 되 살아난다. 단 A/S센터가 국내에 있는 제품은 손대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A/S센터로 가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란다. 


    실력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싯적 윤씨는 부친의 솜씨를 물려받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윤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전자제품 제작이나 수리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단기사병으로 복무하던 때에는 ‘맥가이버’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밤을 세워가며 전자제품 도면과 씨름했다. 그리고 이론으로 얻은 지식을 실전에 응용하기 위해 수천 번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수천 원에서 수만 원하는 비싼 부품들이 뻥뻥 터져나갔다. 큰 부상을 입을 뻔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윤씨는 그렇게 실력을 갈고 닦았다. 새로운 제품이 들어오면 정밀하게 분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장비들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결국 자신만의 음향 제품을 제작해 냈다. 이만하면 조금 나태해질 만한데도 윤씨는 지금도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제3회 공재윤두서 문화재'에서 음향을 조정하고 있는 '해남세운전자' 윤행현, 윤수현씨 형제>

     

    쌀떡궁합 두 형제

    윤씨 형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같이 다닌다. 사람들은 이들이 따로 다니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두 형제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사실 음향장비는 너무 무겁고 가지 수도 많아 한 사람이 운반하고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래서 둘은 항상 함께 할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그런데 혼자 해야 하는 일에도 둘은 항상 동행 한다. 그들에게 혼자 하는 업무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들에게 왜 같이 다니느냐고 묻기 보다는 두 형제는 서로 믿고 의지하며 도와야 하는 상보적인 관계라고 인정하는 편이 더 빠를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 아래 이보다 돈독한 형제 관계가 또 있을까.  탁월한 실력과 따뜻한 형제애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는 아마 이 시대의 전설로 기록될 것 같다.


    <윤승현>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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