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한듬 봉사회'를 찾아서





  • 금자리 부녀 회장이 봉사 현장을 찾아 적십자사 회원들에게 감사의 마을을 전했다.



    한듬 봉사회 황미향 회장과 박철환 해남군수의 부인 최혜자 씨가 작업 진행과정에 대에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듬 봉사회'와 '우슬 봉사회'의 단체사진

  • 쓸고 닦고, 또 꺼내서 치우기를 반복......, 그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시골 세간이 많으면 얼마나 많으랴 만은 막상 손대고 보면 호락호락한 세간살이는 별로 없다. 몇날 며칠을 할 수 있다면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할 수도 있겠지만 짧은 가을 해가 넘어가기 전에 마쳐야 하는 일이라 보통 바쁜 것이 아니다.

    가을햇살이 따사로운 23일, 대한적십사 ‘한듬 봉사회’와 ‘우슬 봉사회’가 마산면 금자리에 모였다. 몇 달 전부터 봉사 대상으로 물색해둔 임 할머니 댁 집수리를 위해서다.

    임 할머니 집은 60~70년대에 지어진 집으로, 아담하고 작은 마루에 크고 작은 방 세 칸이 달린 농촌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집이었다. 특징이라면 옛날 흙집처럼 지붕이 낮고, 슬레이트 대신 지붕에 함석을 올린 집이라는 점이다. 얕은 처마에는 올 봄 이주해간 제비집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오른 쪽 작은 방은 구들장은 푹 꺼져 있어 사람이 기거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임 할머니는 왼쪽 방을 주방으로 쓰고 있었고 비교적 넓게 보이는 가운데 방에서 기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오늘 계획은 봉사회 회원들이 임 할머니가 모든 방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에 가까운 수리는 하는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 ‘한듬 봉사회’와 ‘우슬 봉사회’가 각자 역할 분담을 했다. 한듬 봉사회는 집안 청소, 가재도구 청소, 주방 청소를 맡았다. 한듬 봉상회 회원 중 일부는 주방 기구를 수돗가로 들고 나와 깨끗이 씻었다. 일부는 마당으로 들어내지 못한 씽크대를 들춰가며 내용물을 정리하거나 청소하는 일을 맡았다. 또 다른 회원들은 방에 남겨진 가재도구를 물걸레로 정성껏 닦았다.

    그 시간 ‘우슬 봉사회’ 회원들은 ‘한듬 봉사회’ 회원들과 같은 영역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벽과 천정 도배를 하고 있었고, 일부는 전기 배선을 손보고 있었다. 또 다른 회원들은 꺼진 구들장을 손보기 위해 마당에서 모래와 시멘트를 배합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듬 봉사회’ 회원 문 모 씨는 ‘우슬 봉사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은 '한듬 봉사회'에 가입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많은 봉사단체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해 보았지만, 이렇게 ‘우슬 봉사회’처럼 자신의 몸과 기술로 일하는 봉사단체는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금자리 마을 부녀회장도 공사 현장을 찾아왔다. 공사가 어떻게 진행 되는가도 보고,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주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란다.

    어느 순간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 추가로 장판을 깔아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예산이 추가되는 일이라 ‘한듬 봉사회’ 회장인 황미향 씨의 질문이  몇 마디 이어졌다. 그러나 특별한 절차 없이 좋은 방향으로 결정된 것 같다.

    황미향 회장은 집수리에 필요한 비용을 일 년 새우젓 장사를 해서 남긴 이익금으로 충당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족한 금액은 봉사회 회비에서 지출한단다. 빠듯한 살림에 1년에 2회 정도 봉사활동에 참가하다 보니 예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단다.

    봉사 현장을 보고 지나가던 마을 주민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요.”
    “예?”
    “이렇게 집수리도 해주고, 마을에 점심도 주고 하니 말이오.”
    “세금이 많이 들 텐데......,”

    동네 주민은 세금으로 집을 수리하고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일에 열중하다 보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도 점심시간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남았다. 구들장에 미장하는 일이다. 시멘트는 굳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일을 마쳐야만 순조롭게 오늘 내에 집수리를 마칠 수 있다. 그래서 우슬 봉사회 회원들 일부는 마당에서 양동이에 시멘트를 담아 방으로 나르고 미장 전문가인 김 씨는 방에서 꺼진 구들장을 수리했다.

    점심은 금자리 마을회관에 차려졌다. 한눈에 봐도 정갈하고 맛있게 보이는 점심이었다. 이 점심은 한듬 봉사회 회원인 백경식당 사장님이 후원한 것이란다.

    점심 식사를 마친 봉사회 회원들은 각자로 자리로 돌아가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까지 집수리에 여념이 없었다. 이렇게 ‘한듬 봉사회’와 ‘우슬 봉사회’의 오늘 일정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 윤승현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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