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5)

  • 작성일 2009-06-04 08:57:08 | 수정일 2009-06-22 17:23:50
  •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식사나 같이 할 까 전화 드렸어요. 호호. 정말요? 그럼 제가 먼저 가리 잡고 기다릴게요. 딱 20분만 기다릴 거예요. 호호 네.”

    전화가 끓어지자 통화 할 때 넘치던 기교 있는 목소리와 미소는 사라졌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너무도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이다.

    터벅터벅 약속한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의 복잡함이 무의식 적인 걸음걸이를 만들어 냈다.

    ‘휴~ 왜 이렇게 된 걸까. 천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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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커피숍.

    “어이! 유 사장! 여기야! 여기!”

    40대 중반에 진한 갈색의 피부, 뚱뚱하다 못해 심각한 비만으로 보이는 사내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너무나 큰 소리에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손님들이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다. 하지만 주위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창석을 향해 반가운 손짓을 계속 하고 있었다. 장난기 어린 표정과 가벼워 보이는 태도. 들어 올린 손에는 반짝거리는 큼직한 반지와 시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창석은 단번에 사내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장 사장님 일찍 나와 계셨네요.”

    “자네는 딱 맞춰서 오네. 하하.”

    둘은 반갑게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서로 얼굴을 보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비슷하게 생긴 체형과 외모. 누가 보면 형제처럼 보일 정도였다. 오늘은 서로의 웃음이 더욱 밝아보였다. 그동안 노력한 대가가 지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창석은 앓는 소리를 해댔다. 마치 친형에게 동생이 투정을 부리는 말투와 같았다.

    “말도 마십시오. 신용 대출 받는 바지가 대가리가 딸리는 놈이라서 오늘 애 좀 먹었습니다.”

    “하하 그래? 얼마나 나와?”

    “신용등급은 3등급이라 1금융에서 2천 뽑고 3금융에서 1천 더 뽑았어요.”

    “하하 한 오백 자네에게 떨어졌겠는걸.”

    “아니요. 이번에 원천 작업업자 대구에서 잡혀버리는 바람에 전국에 인천 업자 딸랑 하나 남았지 않습니까. 요즘 위험하다면서 작업비용 500 챙겨 달라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있나요? 내가 아쉬운 판에. 그래서 500챙겨주고, 사업자 빌려준 곳에 백만 원 챙겨주고 해서 딱 4백 챙겼죠.”

    “그래도 용돈 벌이는 했구먼. 바지한테 수수료 더 들어갔다고 하고 좀 더 챙기지 그랬어. 고생도 했는데.”

    장 사장은 안쓰러운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메뉴판을 바라보던 창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욱 앓는 소리를 해댔다.

    “말도 마십시오. 수수료 빼고 남는 거 하나도 없다고 좀 더 챙겨달라고 하는데도 십만 원 주면서 밥이나 먹으라네요. 참!”

    “하하하! 이봐 원래 다 그렇잖아. 그만 잊어. 자 뭐 좀 시키고 기다리자고.”

    “누구 기다리세요?”

    “우리 물건 처리해 줄 사람 지금 이리로 오는 중이야.”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으로 인하여 둘의 대화가 잠시 중단 됐다. 그때 범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보자마자 장 사장은 좀 전과 똑 같이 반지와 시계가 자리 잡고 있는 손을 흔들어 보였다.

    “여기야! 여기!”

    같은 자리에서 또 다시 큰소리가 터져 나오자 손님들의 시선이 더욱 따가웠다. 이번에는 걸어오는 범휘에게도 그 시선이 전해졌다. 웃음을 보였던 창석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장 사장님.”

    범휘가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괜히 사기꾼이던가? 장 사장은 그의 차가운 분위기에 전혀 눌리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더욱 장난기 서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하 그래. 자네 얼굴이 더 좋아졌구먼. 아! 유 사장. 우리와 이번에 차 거래하실 박 실장이야.”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유현진입니다.”

    장 사장에게 질 새라 창석 역시 밝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범휘는 자리에 앉은 채 그를 올려다보며 살짝 고개만 숙여 보였다. 무안해진 창석의 손은 재빨리 제 자리를 찾아갔다.

    범휘가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장 사장님, 서류부터 확인 할까요?”

    ‘뭐야. 저 새끼. 딱 보니 달건이 냄새 좀 풍기는데?’

    창석은 범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만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장 사장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 사람은 오자마자 온통 일 이야기뿐이야. 일단 뭐 좀 시키고 이야기 하자고.”

    “아니요. 일단 서류부터 확인 하시죠.”

    범휘는 이들의 행동에 짜증이 밀려왔다. 창석과 장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싫은 것은 확실히 싫다 이야기하는 범휘의 성격과,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의 성격은 물과 기름 같았다.

    “참! 사람하고는.”

    장 사장이 언짢은 표정으로 혀를 차며 범휘를 노려보았다.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더욱 사납게 장 사장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장 사장이 먼저 시선을 피하며 옆에 놓인 가방에서 서류를 찾았다.

    서류를 받자마자 꼼꼼하게 체크해보는 범휘. 아까와는 다른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장 사장이 말했다.

    “모두 신차야. 출고 된지 2달 정도 됐고, 그랜저 이상 급 세단으로만 뽑았으니까 소비자들 많이 붙을 거야. 렌터카라서 모두 가스차량이고 검은색으로만 뽑아서 자세도 제대로 나와.”

    “신차가가 얼마죠?”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장 사장과는 달리 범휘는 여전히 한기가 가득 서린 말투였다. 아랑곳 하지 않고 장 사장이 친절히 애기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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