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8)

  • 작성일 2009-06-09 20:57:03 | 수정일 2009-06-22 17:22:06
  • “아녜요. 손님 만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누님. 초이스 좀 부탁드릴게요.”

    연수의 등장에 범휘가 반갑게 말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영 내키지 않는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 황진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양귀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이런 개새끼.’

    장 사장의 말에 범휘의 눈이 번뜩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창석이 다시 한 번 나섰다.

    “하하! 장 사장님 우리 기분 좋게 놀아요. 기다린 만큼 보람이 있겠죠. 저기 실장님. 저희 빨리 초이스 좀 시켜주세요.”

    “호호 죄송해요. 바로 초이스 해드릴게요.”

    범휘의 살기가 사라지자 창석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가씨들이 들어 올 때 까지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분명 서로의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색함은 아가씨들이 들어오고 나서야 조금씩 사라졌다.

    늘씬한 아가씨들이 끝도 없이 들어와 인사를 하였다. 그 모습에 장 사장의 입은 헤벌레 벌어졌다. 창석도 여러 아가씨들을 보며 갈팡질팡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범휘는 아가씨들 보단 연수를 바라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자. 오늘 예쁜이들은 여기까지. 총 30명의 아가씨들을 보셨습니다. 원래 기껏해야 열 명 정도 보여주는데 기다리신 사장님들 선택의 폭을 조금 넓혀드리는 저의 작은 배려라고 생각해주세요. 어떤 예쁜이를 선택하시겠어요?”

    애교석인 연수의 말에 범휘가 제일 먼저 나섰다.

    “하하! 누님, 저는 누님 새끼로 앉혀주세요. 아무나 상관없으니까.”

    “호호 정말? 그럼 가장 배고픈 아가씨를 범휘 옆에 앉혀 줘야겠는 걸?”

    둘만 다정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장 사장이 끼어들었다.

    “난 실장님이 마음에 드는데.”

    장 사장이 얇은 셔츠 사이로 비춰지는 연수의 가슴골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이야기했다.

    ‘이런 양아치새끼가.’

    범휘는 자신의 인내에 한계를 느꼈다. 인상이 심하게 구겨졌다. 그의 변화를 눈치 챈 창석도 이번만큼은 괜스레 끼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거라는 생각에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범휘가 일어나려는 모션을 취하려는 찰나! 연수가 그를 째려보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무언가를 창석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의 눈빛 교환에 그의 얼굴은 똥 씹은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긋나긋 장 사장에게 말했다.

    “장 사장님. 여기 계신 분. 천이 형님 누님 되십니다.”

    지금까지 어떤 위험천만한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장 사장이 범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무안한 웃음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이고! 뭐야. 내가 크게 실수 했네. 실장님 미안합니다. 그럼 난 3조에 들어왔던 1번 아가씨로 해야겠는걸.”

    범휘와 연수를 번갈아 쳐다보던 창석은 긴장을 풀고 큰소리로 말했다.

    “전 가게 에이스로 넣어주세요. 하하.”

    연수에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눈은 범휘를 향하고 있었다. 다행히 범휘의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연수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는 모션을 취했다.

    “누굴 넣어줘야 하나? 호호 그럼, 매너 좋고 잘하는 아가씨로 넣어드릴게요.”

    애교석인 웃음과 함께 연수가 퇴장을 했다. 창석이 살며시 범휘에게 다가갔다.

    “제 잔 한잔 받으세요. 반갑습니다. 정식으로 인사할게요.”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는 창석의 술을 범휘가 공손히 받았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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