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23)

  • 작성일 2009-07-09 22:33:42 | 수정일 2009-07-26 08: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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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데이트나 하려고 했지. 운동이나 하면서 이야기 좀 할까?”

    “데이트? 개뿔. 무슨 부탁이야?”

    “하하! 가서 애기하자. 나도 운동 가려던 참이었어.”

    “그래. 그럼 이리 와.”

    천의 차는 막히는 도로를 벗어나 좁은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에 막히지 않는 도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도로에서 시간을 다투는 택시기사들이나 천과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아! 참! 그냥 갈 수야 있나.”


    “또 무슨 일이야? 저번일은 안중에 없다는 듯 또 이렇게 막무내기로 전화하고.”

    끓어진 휴대전화를 바라보던 아영이 러닝머신 위에서 내려왔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타이트한 탑과 짧은 노란색 반바지, 작은 체구에 비해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녀의 모습을 힐끔거리는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정말 이기적인 새끼라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입가의 웃음은 참을 수 없다. 입술을 살짝 깨물어 본다. 어제 술을 많이 먹은 탓인지 입술이 너무나 창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번 입술을 깨물자 조금씩 탐스러운 색을 찾아갔다. 땀으로 축축해진 머리를 물로 적셔 보기도 했다. 앞머리에 물을 살짝 젖이더니 이내 머리 전체에 물을 젖셨다.

    “흄. 나도 나름 섹시해!”

    만족스러운 웃음이 얼굴 전체에 감돌았다. 그때 거울 뒤로 천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두리번거리는 그의 시선을 피해 운동기구들이 즐비한 곳으로가 아령을 하나 집어 들었다.

    운동을 하면서도 아영의 입술 깨물기는 계속 됐다. 얼마지 나지 않아 천이 그녀를 발견했다.

    “이야. 운동 열심히 하는데?”

    아영은 깜짝 놀란 듯 연기를 선보이며 커다란 눈을 더욱 커다랗게 떠 보였다.

    “뭐야? 놀랬잖아.”

    “자 마셔. 음료수 사왔어. 나 옷 갈아입고 온다.”

    천은 아무렇지 않게 음료수를 건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아영의 입이 삐죽 나왔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녀의 이러한 행동에 당황한 표정으로 괜찮냐고 묻거나 미안하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것이 정석이었다.

    “뭐야? 참. 저 새끼는 분명 이반(게이)이야. 젠장.”

    얼마 지나지 않아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천이 다시 그녀에게 다가왔다. 매트에 앉아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아영이 눈을 흘겼다.

    “무슨 볼 일이야?”

    “오! 자세 좋아! 역시 네 몸매는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니군.”

    대답대신 천이의 시선은 음탕하게 그녀의 몸매를 훑었다.

    “뭐야? 변태새끼.”

    아영이 살짝 천이를 밀어냈다.

    “하하! 왜? 몸매 만드는 이유가 남에게 보이려는 거 아니야? 감상 좀 하겠다는데 왜 그래?”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며 게름치레 눈을 떠 보였다.

    “그래. 그렇다! 그럼 너도 벗고 운동하지 그래? 남에게 보이려고 근육 만드는 거 아니야?”

    “하하! 아영양. 우리 같은 건달들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운동하는 거라고.”

    “그래! 잘났다. 운동 열심히 해서 쭈구렁탱이 돼서도 건달이나 해라.”

    “그래야지. 돈만 된다면 80되서도 계속 이 짓거리 해야지.”

    천이의 장난이 계속 이어졌다. 덕분에 며칠 전 가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어색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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