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24)

  • 작성일 2009-07-24 11:45:39 | 수정일 2009-08-09 18: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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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무슨 일이야? 또 무슨 부탁인데?”

    아영이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녀의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낀 천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나랑 오늘 인천항에 좀 갔다가 오자.”

    “인천항? 거긴 왜?”

    “오늘 중국에서 아가씨들 넘어오거든. 7시까지 가야 돼. 네가 며칠 만 아가씨들 교육 좀 시켜줘.”

    “무슨 교육? 너 정말 정선에 아가씨들 보낼 거야?”

    아영이 몸을 숙이며 말했다. 천은 거울에 비춰진 아영의 가슴골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말을 받았다.

    “어. 그런데 일을 처음 하는 애들이라 세팅 교육도 안 돼 있고 누구한테 부탁할 사람도 없네. 일단 너희 집 근처에다가 오피스텔 얻어 놓았으니까 3일만 가게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 좀 시켜줘.”

    천이의 말에 아영이 벌떡 일어섰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은근히 자존심도 상했다. 미리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부탁을 들어 줄 거라는 천이의 자신감에 창피한 감정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뭐야? 벌써 다 준비 해 놓고 지금 통보하는 거야?”

    아영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천이 당황했다. 하지만 빠르게 생각해낸 이야기를 웃으며 말 했다.

    “아영양. 내가 그냥 이런 부탁하겠어? 다 서로 이익 보자고 하는 거야. 일단 애들이 화류계 일이 초짜이니까 애들 테이블에 밀어 넣고 TC는 네가 다 먹어도 돼. 2차 전문으로 오는 아가씨들이니까 2차도 서슴없이 나갈 거야. 정선 가기 전 여기서 3일 정도 일하는 것은 교육받는 거라고 적당히 둘러 대면 아가씨들도 순순히 받아들일 거야. 그냥 여기 있는 동안 밥만 좀 챙겨주면 돼. 아가씨가 7명이나 되는데 그 아가씨들이 테이블보고 2차 한 번씩만 뛴다고 해도 하루에 네가 200만원 넘게 챙기잖아. 그동안 매일 신세만 져서 미안해서 내가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이렇게 이벤트를 마련한 거라고. 애들 사이즈도 괜찮아. 미리 사진으로 프로필 다 받아 봤어.”

    ‘젠장. 말이나 못하면.’

    아영은 천의 말이 금방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천의 제안이 꽤 유혹적이라는 표정을 보이며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거절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이편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 알겠어. 대신 약속 지켜. 애들 TC안 빼준다. 교육비라고 구라를 치든 어쩌든 네가 다 책임져.”

    아영이 허락을 하자 천의 속은 답답함이 뻥 뚫린 거 같았다. 시원시원한 웃음을 보이며 그녀의 어깨를 뒤에서 감싸 안았다.

    “하하. 고마워. 우리 아영양 오늘 뭐 먹고 싶어? 밥은 먹고 데리러 가야 할 거 아니야. 일단 씻고 나와.”

    천이 서둘러 탈의실로 들어갔다. 아영은 그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며 천진하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오늘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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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에 있는 봉고차 7대도 함께 온 일행입니다. 같이 계산해 주세요.”

    해는 뉘엿뉘엿 산 고개에 겨우 걸쳐져 있었다. 정선을 빠져나가는 톨게이트, 검정색 고급 승용차 뒤로 7대의 봉고차가 길게 늘어서있다. 운전석 사내의 험악한 인상에 계산원은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있던 범휘가 서류봉투를 열어 지도를 꺼내 운전석 사내에게 건넸다. 차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톨게이트를 뒤로 하고 3분정도 달리자 한적한 좁은 2차선 도로가 뻗어 나왔다. 차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휴~”

    범휘의 한숨은 분당을 출발 하면서부터 계속 되었다. 정선에 도착하자 한숨은 더욱 길어졌다. 도로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넓은 논과 가로등뿐이었다. 5시가 조금 넘자 시야를 밝혀주던 해도 금세 자취를 감춰버렸다. 차들은 라이트를 켰고, 비슷 타이밍에 도로의 가로등이 켜졌다. 어둠이 깔려오자 가로등 불빛 밖에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두운 시야는 범휘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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