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민의 사랑을 듬뿍, 금강산 1, 2, 3봉

  • <금강곡저수지, 해촌사, 3봉>

    <3봉에서 바라본 해남읍 전경>


    해남읍에는 주민들이 운동과 산행을 병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등산 코스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팔각정에서 출발하여 금강산에 오르는 길이며 또 다른 한 곳은 금강곡 저수지 오른 쪽 능선을 들머리 삼아 삼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물론 등산 코스를 세부적으로 나눈다면 더 많은 산행기점이 있다.


    산을 찾는 주민들은 각자의 취향과 거주지에 따라 금강산 정상을 향해 가는 코스를 선택하거나 3봉을 향해가는 코스를 선택해 산을 오르는데, 그중에는 두 곳을 번갈아 가며 다니는 이도 있다. 손에 물 한 병 들고 가볍게 운동 삼아 다니는 산행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종주 코스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또한 출발지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왕복산행이라 이들에게 출발지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산행 코스 두 곳 중 해남읍 주민들의 가장 선호하고 즐겨 찾는 코스는 단연 3봉을 오르는 등산로이다. 코스가 단조로워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정상에 오르는데 30분이면 충분하고 20분이면 하산할 수 있어 체력과 시간에 대한 부담이 적다. 또 흙길이라 걷기에 편하고 하산 할 때도 무릎 관절에 무리가 없다. 능선이 완만해 노약자도 등산을 할 수 있고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기 때문에 외모에 공을 많이 들이는 주민들에게 안성맞춤의 코스다. 실제, 우산을 쓰고 산에 오르는 남성을 본적이 있고 모자, 마스크, 수건 등으로 얼굴을 모두 가린 채 두 눈만 드러내고 산을 다니는 여성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코스는 손을 이용하지 않고 두 발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찾는 이가 많다.

    <3봉 표석>

    3봉은 해발 415.2m이다. 정상 암반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좌측으로는 우슬재와 해남공설운동장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금강산과 금강곡저수지 그리고 금강곡의 일부가 시야에 들어온다. 공설운동장을 넘어 저 멀리에는 두륜산 고계봉과 가련봉이  우뚝 서있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고 고개를 우측으로 조금씩 돌리면 땅끝 가는 길과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해남읍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풍경은 마산면과 황산면을 거쳐 진도로 가는 길에서 끝나는데 해남읍을 굽어보며 굳건하게 서있는 금강산이 더 이상의 조망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산행을 마치는 것이 못내 아쉬운 주민들이나 등산객들은 만대상 정상(0.86km)까지 갔다 오거나 금강산 정상(5.46km)까지 가기도 한다. 만대산 정상까지는 별다른 준비 없이 가도 되지만 금강산 정상까지 가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일당길 표석과 들머리>


    들머리에서 일봉까지

    금강곡저수지 둑을 5m쯤 남겨두고 우측에 일당길이란 표석이 세워져있다. 표석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보이는데 이곳이 삼봉까지 오르는 들머리다. 등산로 처음은 약간의 경사가 있는 비탈길이다. 조금만 걸으면 곧 평탄한 흙길이 나온다. 그러나 평탄한 길도 잠깐 일봉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다. 등산로 양쪽에는 긴 소나무와 잡목들이 무성하게 자라 나무 외에는 볼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도 이 나무들이 여름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어 등산객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또 등산로에는 해남군청에서 심은 화초가 꽃을 피우고 있다.

    <일봉에 설치된 운동기구와 정자>

    <일봉 정자앞에서 마주친 붉은 반점 두꺼비>


    묘지가 있는 평탄지역에 이르자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귀 기울여 자세히 들어보니 새 소리다. ‘휙~ 휘~’ 휘파람으로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다. 흐린 날씨에 이런 새 울음소리를 들으니 음산하기까지 하다. 새가 어디에 있나 주변을 두루 살펴보았지만 끝내 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새는 저승새라고 불리는 호랑지빠귀였다.

     

    일봉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철봉과 윗몸일으키기를 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우측에는 등산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아담한 정자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날씨 탓인지 인적이 드물다. 대신 어디서 나타났는지 커다란 눈을 껌뻑 거리며 두꺼비가 엉금엉금 기어왔다. 온몸에 붉은 반점이 가득한 통통한 두꺼비였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서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포즈를 다 취했다고 생각했는지 두꺼비는 가던 길을 계속 가다가 오른 쪽으로 방향을 180도 틀더니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일봉에서 공설운동장을 조망할 수 있는 곳>

    일봉에서 이봉 가는 길

    일봉에서 평탄지역을 내려서면 또 다시 평탄한 길이 10m쯤 이어진다. 그러다 가파른 등산로가 이봉까지 계속된다. 이곳을 오르는 도중, 뒤를 돌아보면 해남읍 시가지가 조각난 퍼즐처럼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걸어 막상 이봉에 도착해도 정확하게 어디가 이봉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정면에 보이는 나무벤치가 놓인 주변이 이봉인지 조금 더 올라 좌측에 놓인 벤치가 있는 곳이 이봉인지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곳에 익숙하지 않은 등산객들도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3봉 정상>

    이봉에서 삼봉까지

    이봉에서 삼봉 오르는 길은 여태까지 길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들머리에서 이봉까지는 대부분 흙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바위와 자갈이 섞여있는 길이고 조금 더 가파르다. 물론 정상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이 정도의 난이도는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도 정상까지 손에 의지하지 않고 두 발로 갈 수 있는 산은 그리 많지 않은데 3봉은 이것이 가능하다.  이름난 산이라면 당연이 있어야 할 그 흔한 절벽이나 낭떠러지가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는 없다. 이 코스는 아주 안전하고 순한 길이다. 그래서 해남 사람들은 나이, 성별 불문하고 이 산을 가장 선호하는 것이리라.

    <멀리서 본 만대산 정상>

    내친 김에 만대산 정상까지 가보자. 지금부터 목적지 까지는 호젓하게 나뭇잎을 밟고 걷는 길이 있는가 하면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올라왔던 길처럼 가파르게 올라가야 할 길은 없다. 가다보면 바위에 페인트칠을 해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소가 몇 둔데 있다. 내용을 보니 전라남도학생교육원의 소행 같다. 자신들의 땅이나 되니까 이런 짓을 했겠지 라고 자위(自慰)해보지만 대책 없는 몰상식함에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비가 잘 된 헬기장. 만대산 정상과 금강산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헬기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만대산 정상과 금강산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다. 만대산 정상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만대산 정상을 다녀온 후 금강산으로 갈 수 있다. 풀이 잔디 크기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을 보니 제초작업이 잘 되어 있다. 헬기장 주변의 억새가 저무는 햇빛에 반사되어 찬란하게 보인다.

    <만대산 정상의 모습>

    만대산 정상의 첫인상은 실망스러움이었다. 동시에 여러 명이 설 수 없는 좁은 바위와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조악한 난간 그리고 주의문구가 담겨있는 안내판이 전부였다. 정상 바위에서 서서 정면을 보니 해남교도소와 옥천면 그리고 만대산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만대산에서 바라 본 옥천면 전경>

    만대산 정상에서 유턴하면 옥천면의 전경을 볼 수 없다. 이곳에서 조금 더 가보자. 능선을 타고 5분 쯤 더 가면 바위로 된 벼랑이 나온다. 우측에서는 전라남도학생수련원과 해남공설운동장 전체를 볼 수 있고 좌측에서는 옥천면의 전경과 멀리 주작산 줄기를 볼 수 있다. 더 내려가면 위험할 것 같아 포기하고 만대산 정상을 거쳐 하산했다.


    <윤승현>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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