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 갈대숲을 따라



  • 사랑의 소원 메시지 다는 곳



    황화코스모스기 피어있는 곳



    주렁주렁 매달린 소원 메시지



    고니상이 서있는 곳으로 건널 수 있는 부잔교. 강진만 갈대숲을 건너지르고 있다.



    고니상은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소가 되었다.



    비교적 높은 탐방로. 부모와 함께 이곳을 찾은 어린아이가 탐방로를 걷기 보다는 바람개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갈대와 가을 하늘



    쓸쓸한 가을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족들의 뒷모습



    목리교에서 바라본 강진만의 모습



    탐방로의 시작

  • 여유롭게 흐르던 탐진강물이 강진읍 목리에 이르러 강진만의 바닷물과 조우하게 된다. 이곳이 강진군 생태계의 보고 강진만습지이다. 강진만습지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큰고니, 큰기러기, 삵, 수달 등 10여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곳에 강진군이 탐방로를 설치했으니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과 ‘생태환경 보존’이라는 목적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따라서 상충하는 두 가지 목적을 조화롭게 풀어나가는 것은 강진군의 몫인 것 같다.

    강진만 갈대숲은 탐진강 물줄기를 따라 강 양쪽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탐방로와 자전거 길을 따라 끝에서 끝까지 종주하려면 어림잡아 1시간은 소요될 것이다. 여유로움과 한가로움을 찾아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여러분이 갈대숲을 걸을 때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눈이 수북이 쌓인 탐방로를 따라 혼자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니면 연인과 같이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과 단절된 세상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이곳은 여러분의 풍부한 감성을 모두 채워줄 수 있는 장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제1회 춤추는 강진만 갈대축제’가 열리던 10월 30일은 높고 파란 하늘에 스프레이를 뿌려놓은 듯한 하얀 구름이 가을 나그네의 마음을 미치도록 흔드는 날이었다. 주무대에서는 통기타 선율에 맞춰 귀에 익은 포크송이 연신 연주되고, 황하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넓은 밭자락에서는 한 소녀가 셀피에 열중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범선 위에 올라 강진만 갈대숲을 바라보거나 폰카에 자신의 얼굴과 갈대숲 장면을 담기에 바빴다. 갈대숲 탐색을 마친 이들은 갈대숲을 연결한 탐방로는 따라 갈대숲을 향해 나아갔고, 탐진강을 건너지르는 부잔교를 건너 고니상이 서있는 강둑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날 갈대축제를 찾은 이들의 대부분은 이 코스를 왕복하는 것에 그쳤다.

    필자와 일행은 축제장을 찾은 인파가 별로 찾지 않은 목리교까지 가서 다리를 건넌 다음, 강 반대편 탐방로와 강둑, 그리고 부잔교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걷고 또 걸었다. 주무대를 벗어난 탐방로에는 인적이 드물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서 탐방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밀회를 즐기는 청춘 남녀의 모습도 눈에 띄었고, 쓸쓸한 뒷모습으로 아이들과 함께 벤치에 안아있는 여성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목리교 위에 올라 바라본 갈대숲은 모습은 아련한 강진동화였다. 스러져가는 가을 햇살에 강진만의 갈대는 찬란하게 빛났고, 내일의 여명을 위해 오늘의 숨은 미모를 다 토해내는 듯 했다. 

    • 윤승현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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