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삼황묘 추기 석전제 봉행

  • - 유림들 17일 여수 덕충동 삼황묘(사당)서
    - 80여년 동안 태조, 고종, 순종 3왕을 기려
    - 1926년 순종 승하 이후…일제 저항의미 담아 ‘제(祭)’ 시작

    - 올 석전제 ‘2012여수세계박람회 승리 기원’
     

     “조선왕조 태조, 고종, 순종 왕들이시여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12세계박람회 유치전에서 여수가 꼭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오현섭 여수시장은 지난 17일 오전 지난 80여년동안 여수유림들이 조선시대 3왕(태조 고종 순종)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서 봉행된 ‘삼황묘 추기 석전제’에서 이같이 기원했다.


     여수지역 유림들은 지난 1926년부터 조선조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승하 이후 일제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아 현재까지 ‘삼황묘 석전제’를 매년 봄, 가을에 지내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조선시대에 종묘 제향 때에 첫 잔을 올리는 일을 맡아보던 제관인 초헌관으로, 아헌관인 이승운 삼황묘 보존위원장과 종헌관인 김선우 유림과 함께 이날 제(祭)를 지냈다.


     제(祭)는 3왕의 위패가 모셔진 제실에 푸른 관복을 입은 6~7명의 축관과 집사들이 먼저 들어가 위패를 열고, 초에 불을 붙이면서 시작된다.


     이후 초헌관이 제실로 들어가 3왕에게 제사 지낼 준비를 최종 확인을 하고, 제실에서 퇴실한 후 3왕에게 4번의 절을 올리면서 엄숙한 분위기의 제는 절차를 밟아간다.


     절을 올린 초헌관이 다시 제실로 들어가 향에 불을 붙이고, 제관이 축문을 읽고, 잔에 제주(祭酒)를 올리는 등 유림들은 조선조 종묘 제향을 재현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80년 역사의 제를 지냈다.


      ‘삼황묘 석전제’는 지난 1926년 일제치하에서 조선시대 마지막 왕인 순종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여수지역 유림들이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지내는 제이다.


     당시 여수지역 유림들은 일제치하에서 일본군에 의해 수모와 치욕을 당하며 국부인 고종에 이어 순종까지 죽게 되자 이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상경을 시도했지만 일본군에 의해 저지를 당했다고 한다.

     ‘이후 유림들은 통곡(痛哭)당을 만들고 유림 일부가 서울로 상경해 순종임금의 장례에 참여하고 여수로 귀향했지만, 통곡당 주역들은 일본군에 의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고 당시 유림들의 호국 충절에 대한 숭고한 뜻과 기개를 위상복 여수지구 이충무공유적연구보존회 이사장은 전했다.

     옥고를 치른 주역들은 지역 유림들과 함께 직접 여수에 임금의 위패를 모시고 제를 지내자고 제안을 하면서부터 ‘삼황묘 석전제’는 시작됐다.


     한 시간여의 제가 끝나자 제를 지낸 삼헌관을 비롯해 집사들과 유림들은 제를 위해 마련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 바탕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림들은 또한 제를 지내기 위해 조상들이 만들었던 방식으로 육포(肉脯)를 만들어 유림들과 제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나눠 먹는 전통도 80년째 이어오고 있다.


     김태규 여수시 문화예술과장은 “유림들의 이러한 호국정신은 임란 이후 여수지역이 호국 충절의 고장이라는 맥을 이어주는 좋은 본보기”라며 “이러한 정신으로 여수가 화합해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기필코 유치해야 한다”고 ‘삼황묘 석전제’의 의미를 새겼다.


     이날 진행된 ‘삼황묘 석전제’는 여수지역 150여명의 유림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2004년 이후 문수동에서 덕충동으로 옮긴 제당에서 오전 10시에 시작해 한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 전라닷컴
    • Facebook Twitter KakaoStory Naver NaverBand